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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소년교육

진로의사결정에 관한 고찰

겨울방학은 진로탐색의 최적의 시기

 

중학교 2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에게는 이번 겨울방학이 중요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중학교 2학년은 장차 고등학교 진학의 형태를 결정해야 하고, 고등학교 1학년은 일반계고등학교인 경우 문과와 이과를 결정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할지 그 결정을 앞두고 있는 중학교 2학년에게는 이번 겨울방학부터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있게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합니다.

결정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채 결정의 순간을 맞이한 경우에는 좋은 결정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로의사결정에 관한 이론으로 유명한 Tideman과 O'Hara는 의사결정의 단계를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로 구분하여 제안하였습니다.

 

①탐색   ② 구체화   ③선택   ④명료화   ⑤적응

 

이를 단순화하면 '탐색 및 구체화의 단계', '선택의 단계', '명료화 및 적응의 단계'의 3단계가 되겠지요.

많은 청소년들이 선택만이 의사결정의 과정인 것처럼 좋은 선택을 하기를 원하지만,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 단계인 '탐색 및 구체화의 단계'가 잘 되어야 가능하고, 그 이후 단계인 '명료화 및 적응의 단계'를 거쳐야 정말 좋은 선택이었는지가 입증됩니다.

 

[1] 탐색 및 구체화의 단계

 

탐색 및 구체화의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탐색부터 시작합니다.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중요하다고 느끼는지, 어떤 것을 더 잘하는지, 주변의 기대는 어떤지 등을 탐색해 봅니다. 그리고 탐색의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이 지향할 수 있는 대안들을 모두 고려해 보고, 각각의 대안에 대하여 과연 자신이 밀고 나갈 만한 각오와 능력,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예비평가를 해 봅니다. 또한, 각 대안이 자신에게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들인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2] 선택의 단계

 

이때가 되어야 드디어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이런 탐색과 구체화의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나에게 완벽하게 맞는 대안을 선택했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 완벽하게 맞는 진로"라는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고, 그런 것을 찾고 있다면 그것은 진로에서의 비합리적인 신념(일종의 '진로미신')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최고가 아닌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선택 이후의 과정이 그 선택을 잘 한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잘못된 것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지금 한 선택이 잘된 선택이 되도록 하는 것 역시 자신의 책임입니다.

 

[3] 명료화 및 적응의 단계

 

우선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가에 대하여 명료화 해야 합니다. 이미 내린 선택을 보다 신중히 분석, 검토해 보고 미흡한 점이나 의심스러운 점이 있을 때는 명확히 해야 합니다. 또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적응이 수월해집니다.

 

어려움에 부딪히면 내가 혹시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하고 의구심을 갖기 쉽습니다. 특히 내가 선택한 영역의 성취수준이 높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축구를 포기하고 공부를 하기로 선택한 것이 정말 잘 한 걸까?", "특목고에 오니 내신이 문제네", "문과를 선택할 걸 그랬나봐" 등

 

이럴 때는 일차적으로 좀 더 적응을 잘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의구심 때문에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 대부분 새로 선택한 분야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진로는 자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상 진로선택의 과정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한 가지 부연하자면, 진로의사 결정의 주체는 자녀라는 사실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을 희망하고, 실제로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로의사 결정은 자녀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부모님의 경험칙에 근거한 진로의사 결정이 옳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녀가 진로에 관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부모님은 너무 깊게 개입하기보다는 오히려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봐주고, 때로 조언하며, 늘 격려해 주는 자세가 더 바람직합니다.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의 행복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그 닫힌 문만 너무 오래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다른 문을 보지 못한다."

 

진로에 관해서도 비슷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진로에 관하여 한 번의 결정이 인생을, 행복을 결정지어버리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유연한 사고로 살펴보면 일반계고등학교든, 전문계고등학교든, 또 특수목적고등학교든, 특성화고등학교든 하나의 형태를 선택하였다고 하여서 그것으로 인생이 결정되어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진로에 관한 결정은 삶의 궤적을 구상하는 것과도 같고, 절대적으로 올바른 진로란 없으며, 그 결정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마디마다 그 방향을 달리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로의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작업은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기에 진로에 관한 결정의 순간에는 진지하게 고민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이번 겨울방학은 그 마디가 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에피소드]

 

결국 진로는 아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부모의 관점에서 아무리 좋아보이는 진로라 하더라도 결국 선택은 아이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부모는 양육의 방식에도 주의하여야 한다.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일찍부터 몸에 익힌 아이일수록 자신의 진로도 잘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하여 주위에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고 개척해 간다.

 

선택하는 힘의 저하 현상은 초.중학생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심지어 대학생인 경우도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느 교수님과 대화하면서 들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그 교수님은 '학기 초 수강신청 기간만 되며 부모님의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고 하니, 대학생인 아이가 수강신청 기간에 어떤 과목을 신청할 지 결정하지 못하여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무슨 과목을 신청해야 하지?"

엄마는 지도교수님에게 전화한다. "어떤 과목을 수강하는 게 앞으로 더 유리할까요?"

교수님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물론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그 표정을 모르겠지만) "글쎄요, 딱히 그런 것은 없습니다. 본인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라고 말해 주시지요."

 

가히 '선택력의 저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생각으로 무언가를 선택하기보다는 부모님이 지정해 주는 대로 선택해 온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는 힘(결정력)을 잃어버린다. 스스로 선택할 힘을 잃어버린 아이는 나이가 먹어서도 사소한 것 어느 것 하나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결국 '진로'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오로지 부모에게만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 진로대로 살아가야 하는 건 아이 자신이다.

어려서부터 선택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3년 1월. 화광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