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할 역사인데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정확히 말하면 잘 알지 않고 있는) 역사..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공부해야할 책으로 관심있는 책이기에 여기 스크랩해 둔다..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원자폭탄을 최초로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년)의 삶을 다룬 책이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펜하이머는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미국으로 물리학의 중심을 옮겨온 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원자폭탄 개발의 전 과정을 지휘한 당사자다. 그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나서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라는 찬사를 받지만, 결국 자신이 세상에 내놓은 핵무기에 대한 열렬한 반대자로 변신한다.
냉전의 시대에 소련과 핵 경쟁을 진행 중이던 미국에서 이런 오펜하이머는 희생양이 되었다.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그는 반역자로 몰렸으며, 1954년 치욕의 청문회 이후로 역사 속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이 청문회를 둘러싼 상황은 과학과 정치의 관계,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 책은 이 전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다음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저자 중 한 명인 미국 터프츠 대학교 교수 마틴 셔윈과의 인터뷰내용 중 일부이다.
마틴 셔윈 교수는 영문학, 미국사를 가르치고 있으며, <파괴된 세계 : 히로시마와 그 유산들(A World Destroyed : Hiroshima and its Legacies)>(1975년, 1987년, 2003년)의 저자로 미국 핵 개발 역사의 권위자다.
프레시안 : 25년 동안 오펜하이머의 삶에 집중했다. 그의 삶에 관한 이런 방대한 평전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셔윈 : 나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원자폭탄이 개발되고 그것이 히로시마에 투하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 <파괴된 세계 : 히로시마와 그 유산들>을 1975년에 펴냈다. 25년간 계속해서 판을 거듭해서 나오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나는 오펜하이머의 글을 여러 차례 읽고 또 인용했다.
오펜하이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의 삶이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 있는 주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과학 정책, 대공황, 공산주의와 반공산주의, 원자폭탄 프로젝트, 핵확산 반대 운동,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 매카시즘과 마녀 사냥, 미국 정부의 비밀 정책의 이중성, 오펜하이머의 믿을 수 없이 복잡하고 흥미로운 인격 등….
그러나 당시만 하더라도 오펜하이머의 삶 전체를 다룬 평전이 없었다. 기존의 책들은 오펜하이머 개인과 정치의 관계를 누락한 채 전쟁과 그것의 폐단에만 초점을 맞췄다. 더구나 그가 자기 안의 악마와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완전히 빠뜨렸다. 나는 그를 삶 전체와 많은 일화를 통해서 이해하고 싶었다.
프레시안 : 21세기에 오펜하이머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셔윈 : 이런 훌륭한 질문에 어떻게 간단히 답해야 할까?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내 나름의 답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펜하이머의 승리와 좌절이 미국의 대외 또 국내 정책의 원형이라는 사실이다. 오펜하이머가 산파 역할을 한 원자폭탄은 전 세계에 걸친 핵무기 경쟁 및 핵 확산을 가져왔다.
미국 국내 정치에 초점을 맞춰보면, 내가 '신공화당'으로 규정한 이들이 주도하는 '깅그리치 국회'가 1994년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은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우파이면서, 정치적으로는 신파시즘에 가까운 요소를 갖는 무책임한 정치 세력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1953~54년 오펜하이머의 명성을 파괴하고자 조직되었던 음모와 다를 게 없다.
프레시안 : 오펜하이머가 기억되는 이유는 그가 '원자폭탄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원자폭탄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역사의 한 변수가 되었다. 원자폭탄이 등장하면서, 인류는 순식간에 자신을 절멸로 몰아넣을 수 있는 능력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고들 얘기하지만, 만약 1920~30년대의 물리학자들이 이런 가능성에 대해서 좀 더 숙고했다면, 그래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데 좀 더 신중했다면, 오펜하이머의 삶은 물론 이후의 세계사는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독일이 새로운 종류의 대단히 강력한 폭탄이 만들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편지에 서명
했다. ⓒ사이언스북스]
프레시안 : 오펜하이머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나서부터 그것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 그런데 책에서는 이런 변화의 동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 같다. 그의 동료인 로버트 윌슨은 원자폭탄 실험을 보고 나서 큰 심리적 동요를 느낀다. 그러나 오펜하이머가 그런 심리적 동요를 보였던 것 같지는 않다.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 특별히 언급할 만한 일이 있는가? 아니면 논리적 귀결인가?
셔윈 : 원자폭탄 때문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목격된 죽음과 파괴는 오펜하이머의 양심을 갑자기 움직이게 하였다. 아까도 말했듯이, 그는 원자폭탄 만들기가 전쟁을 끝내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 되기를 원했다. 그런 생각은 일본을 상대로 원자폭탄을 사용하는 것을 추인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원자폭탄의 가공할 파괴력을 보고 나서는 오펜하이머와 동료는, 한스 베테가 수없이 되뇄듯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뭘 한 거지? 우리가 뭘 한 거야?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돼!" 히로시마는 (또 나가사키는) 그들의 양심을 일깨우는 전환적인 사건이었다.
1945년 9월, 오펜하이머는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소장 직에서 사임했다. 그는 10월에 대통령 트루먼에게 미국이 직면한 위험을 호소하면서 "내 손에 피가 묻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1946년 1월, 원자력 에너지의 통제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참여했는데, 이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무기의 전면적인 철폐였다.
95% 이상이 민간인이었고, 대부분 여성이거나 어린이였다. 생존자의 절반 이상이 몇
달 내에 방사능 중독으로 사망했다. ⓒ사이언스북스]
프레시안 : 오펜하이머의 삶은 두 가지 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이면서 한 편으로는 '광풍의 희생양'이다. 특히 당신은 책 전체에 걸쳐서 '광풍의 희생양'으로서의 오펜하이머를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있다. 당신이 이런 변호를 통해서 의도했던 것은 무엇인가? 혹시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이 했던 이런 추모를 염두에 둔 것인가?
"이 특별한 천재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합시다!"
셔윈 : 미국인은 미국은 사람이 아니라 법이 통치하는 나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1953~4년 미국 아이젠하워 행정부와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오펜하이머를 침묵시키고, 미국의 핵 정책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을 파괴하고자 미국의 법을 위반했다. 이 책은 오펜하이머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지극히 정의와 반대되는 일을 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를 포함한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당부를 한다면….
셔윈 : 오펜하이머가 1946년에 주장했듯이 핵무기의 철폐는 문명의 생존에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선결 과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냉전이 종식되었으나, 핵 대결이 여전히 공포스러운 현실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오펜하이머가 전쟁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늦게 진행되고 있는 이런 현실을 본다면 개탄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 오펜하이머가 1946년에 제안했던 전 세계적인 핵무기 통제 계획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펜하이머의 삶과 그의 절실한 고민은 누구보다도 한국의 독자에게 중요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오는 11월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 때 한국의 독자를 직접 만나서 더 많은 의견을 나누고 싶다.
이런 셔윈의 당부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삶터를 잿더미로 만들 뿐만 아니라 세계를 결딴낼 수 있는 핵에 홀려 비판적 성찰을 방기하는 우리의 모습은, 원자폭탄을 터뜨리는 실험에 성공하고서 오펜하이머의 동료 케네스 베인브리지가 내뱉었던 말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모두 개자식이야!(Now we're all sons-of-bitches!)"
[출처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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