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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이야기/인문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를 읽고..

안도현 시인이 스스로 "노트에 베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는 시를 모았다 하였다.. 나온지는 한참 되었으나 무심하게 살아온 탓에 이제서야 읽었다.

과연 수록된 시들은 모두 정감이 넘치고, 그 묘사가 아름답다.
시인은 모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맞는가 보다.
이름을 들어본 시인의 시도 있고, 그런 시인이 있었는지 당췌 모르는 시인도 있다.  너무 무심하게 살아가고 있는 탓이렸다.

하루 한 편의 시를 읽자던 벗의 말이 떠올랐다.. 정말 하루 한 편의 시를 읽으며 매일매일 새로 시작하는 하루란 어떨까.. 하고 생각해본다..



<부부> 오창렬

늘 허투루 나지 않은 고향 길
장에나 갔다 오는지 보퉁이를 든 부부가
이차선 도로의 양끝을 팽팽하게 잡고 걷는다
이차로 간격의 지나친 내외가
도시 사는 내 눈에는 한없이 촌스러웠다
속절없는 촌스러움 한참 웃다가
인도가 없는 탓인지도 모르지
사거니 팔거니 말싸움을 했을지도 몰라
나는 또 혼자 생각에 자동차를 세웠다
차가 드물어 한가한 시골길을
늙어 가는 부부는 여전히 한쪽씩 맡아 걷는다
뒤돌아봄도 없는 걸음이 경행經行 같아서
말싸움 같은 것은 흔적도 없다
남편이 한쪽을 맡고 또 한쪽을 아내가 맡아
탓도 상처도 밟아 가는 양 날개
안팎으로 침묵과 위로가 나란하다
이런저런 궁리를 따라 길이 구불거리고
묵묵한 동행은 멀리 언덕을 넘는다
소실점 가까이 한 점 된 부부
언덕도 힘들지 않다



... 어릴 적 내 눈에 자주 보이던 익숙한 풍경이다. 장에 다녀오시는 노부부 한쌍.  한길가 양쪽을 점령하듯 뚝~ 떨어져서 걸어간다. 할아범은 한쪽 손에 보퉁이를 들고 나머지 한 쪽 손에는 지팡이를 들었다. 할망은 할아범의 보퉁이 두 배나 됨직한 것을 머리에 이고 조심스레 걸어간다. 둘 다 말이없다. 하지만 한길가 양쪽.. 뚝 떨어져 걸어가는 할아범과 할망 사이엔 진한 그 무언가가 가득 메워져 있다.  결국 누부부는 소실점 가까이 한 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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