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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이야기/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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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명언 100선'을 읽고.. 어떤 생물이든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않으면 병들게 되어있다. If any organism fails to fulfill its potentialities, it becomes sick.(William James) 이케다 다시사쿠 명언 100선을 읽었다. “풍요로운 삶의 지표”라는 부제가 붙어있지만, 한가롭게 음미하는 여느 잠언집이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며, 투쟁적이다. 잠언의 한편 한편을 읽어가노라면, 어느새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리고 스스로 반문하게 된다. “이렇게 살아도 좋은가”라고. 책은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나왔다. 이케다 선생님의 저서가 화광출판사가 아닌 국내 유수의 신문사 출판국을 통해 나온 게 낯설지 않다는 것이 왠지 마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이 책은 이케다 선생님의 각종 강연 ..
<시> 일본에의 예의 일본에의 예의(고은) 어떻게 저 무지막지한 재앙에 입 벌려 빈 소리를 낸단 말인가 어떻게 저 눈앞 캄캄한 파국에 입 다물고 고개 돌린단 말인가 이도 저도 아닌 속수무책으로 실시간의 화면을 본다 몇 천일지 몇 만일지 모를 일상의 착한 목숨들 이제 살아오지 못한다 어머니도도 아기도 할아버지도 휩쓸려갔다 아버지도 누나도 친구들도 어느 시궁창 더미에 파묻혔다 그리도 알뜰한 당신들의 집 다 떠내려갔다 배들이 뭍으로 와 뒤집혔고 차들이 장난감으로 떠내려갔다 우유도 물도 없다 인간의 안락이란 얼마나 불운인가 인간의 문명이란 얼마나 무명인가 인간의 장소란 얼마나 허망한가 저 탕산 저 인도네시아 저 아이티 저 뉴질랜드 오늘 다시 일본의 사변에서 인류는 인류의 불행으로 자신을 깨닫는다 그러나 일본은 새삼 아름답다. 겨로 ..
산문시1 散文詩1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鑛夫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전라도 가시내 이용악 알록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골 가시내야 나는 밭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및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 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미더운 북간도 술막 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 눈포래를 뚫고 왔다 가시내야 너의 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이자 술을 부어 남실남실 술을 따르어 가난한 이야기에 고히 잠거다오 네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 달 전이면 단풍이 물들어 천리 천리 또 천리 산마다 불탔을 겐데 그래두 외로워서 슬퍼서 초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 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 울어 불술기 구름 속을 달리는 양 유리창이 흐리더냐 차..
시가 내게로 왔다 다음 네 가지는 오래될 수록 좋다. 땔감으로 쓸 나무, 잘 숙성된 와인, 믿을 수 있는 오랜 친구, 그리고 옛 작가. Age appears to be best in four things ; old wood best to burn, old wine to drink, old friends to trust, and old authors to read. -Francis Bacon 김용택 시인은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순창 농고를 나왔다. 21살에 초등학교 선생이 된 이후 14년 동안 혼자 문학을 공부하였고, 창비에 등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몇 안되는 산골 아이들 앞에 서 있는 것을 자기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로 생각하는 그의 책상 앞에는 다음과 같은 로댕의 말이 적혀 있다고 한다. ‘사랑하..
이케다 다이사쿠 전집 124 - 존 몽고메리 박사 당신이 남기게 되는 것은 비석에 새겨진 글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의 인생에 엮어 놓은 것들이다. What you leave behind is not what is engraved in stone monuments, but what is woven into the lives of others. - Pericles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지 반년이 지난 어느 날, 폐허가 된 거리를 지프차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구레시(市)에 있는 미군 주둔지에서 히로시마 시청사로 향하고 있었다. 차에 탄 사람은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20대 중반의 청년장교다. 훗날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정치학대학원 교수가 되는 존 몽고메리 박사였다. 청년이 이곳에 온 이유는 군의 명령도, 특별한 직함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스스로 원..
우리가 나아가는 승리의 길(3) - 창가 문화의 빛 끊임없이 / 투쟁하며 살아가는 / 우리에게는 / 삼세(三世)에 걸쳐 / 명곡이 울리리라. SGI의 '문화'에 초점을 맞추어 쓴 수필이다. 각종 음악대의 사회 속 활약을 언급하시며 문화이야말로 인간의 혼을 상기시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도쿄후지미술관에서 열린 '화려한 오스트리아 대 궁전전(展)'을 소개하시며 "하프(harp)는 칼보다 강하다"는 유럽 합스부르크 가문의 가훈을 소개하셨다. 인상깊은 구절은.. - 세상에 증오를 비롯한 질투, 타락, 배신 등 '추악한 것들'이 아무리 넘쳐나도 창가의 용자(勇者)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정을 넓히자! 더욱 성실하자! 정의를 관철하자! 보배같은 자기의 생명을 최고로 빛내며 꿋꿋이 살아가야 한다! - "..
우리가 나아가는 승리의 길(2) - 오늘도 힘차게 아버지들의 근본적인 결함은 자녀들이 자신의 자랑거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The fundamental defect of father is that they want their children to be a credit to them. - Bertrand Russell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의 수필 '우리가 나아가는 승리의 길'(2)를 읽었다. 화광신문 2010년 1월 29일자 제 14면에 실린 글이다. 수필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속에 흐르는 깊은 철학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번 회에서는 노래 '오늘도 힘차게'가 처음 만들어진 1968년 8월, 그 배경을 묘사하시며 어머니들의 노고에 대해 글을 쓰셨다. 인상깊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 어느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만 아직 신심을 하지..